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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블로그] 척박한 땅을 일구어 예술을 꽃피운 '와라비자' 공동체

아꿈자60 2026. 4. 11. 12:29

 

아키타현의 깊은 산골, 예술을 향한 열정 하나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단순히 공연을 보여주는 곳을 넘어,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몸소 실천하는 와라비자 예술인 공동체의 더 깊은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앞에 소개한 다자와코 호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다자와코 시리즈 다음으로 소개합니다.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노래하다: 와라비자의 탄생

와라비자의 뿌리는 매우 깊고 단단합니다. 이 공동체는 일본의 제국주의 팽창과 침략 전쟁에 반대하며, 진정한 민중의 예술을 찾고자 했던 예술가들이 모여 시작되었습니다.

전후 혼란기였던 1951년, 창립자 하라타로를 중심으로 한 단원들은 '모든 사람의 삶 속에 예술을'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습니다. 이들은 군국주의적 색채를 배제하고 일본 각지의 잊혀가는 민속 춤과 노래를 수집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아키타의 황무지에 정착했습니다.


낫을 든 배우들: 자급자족 공동체의 운영 방식

와라비자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그들의 독특한 삶의 방식 때문입니다. 현재 약 200명에 달하는 단원과 스태프들이 이곳에 거주하며 거대한 예술 가족을 이루고 있습니다.

  • 낮에는 농부, 밤에는 배우: 단원들은 공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농사를 지어 먹거리를 해결합니다. 흙을 만지며 얻은 생명력이 무대 위 에너지가 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 자립적 경제 구조: 농사뿐만 아니라 호텔, 온천, 수제 맥주 공장을 직접 운영하며 외부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성공적인 사회적 기업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한국과의 인연과 세계를 향한 무대

와라비자는 일본 국내에 머물지 않고 전 세계를 무대로 평화를 전파해왔습니다. 특히 한국과의 인연은 매우 각별합니다.

  • 한국 공연의 기억: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을 가졌습니다. 우리 민요를 일본 전통 악기로 연주하거나, 한일 공동 제작 뮤지컬을 선보이며 문화적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 해외 투어: 미국, 유럽 등 15개국 이상에서 공연하며 일본의 민속 예술을 현대적 뮤지컬로 승화시켰다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어떤 공연을 볼 수 있나요?

와라비자의 공연은 단순한 오락 그 이상입니다. 주로 다음과 같은 테마를 다룹니다.

  1. 민속 예술의 재해석: 일본 전역의 전통 북(다이코) 연주와 춤을 역동적인 군무로 풀어냅니다.
  2. 인물 중심의 서사 뮤지컬: 역사 속에서 소외된 이들이나 평화를 위해 헌신한 인물들의 삶을 감동적으로 그려냅니다.
  3. 생명과 환경: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아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숙소와 숙소 곁에 딸린 온천 유포포

주변 즐길거리와 맛집 추천

와라비자 마을 안팎으로 즐길 거리가 가득합니다.

  • 타자와코 맥주 제1공장: 와라비자 단원들의 손길이 닿은 수제 맥주를 맛보세요.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품질을 자랑합니다.
  • 다자와코 호수: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일본에서 가장 깊은 호수입니다. 황금색 타츠코 상 앞에서 인증샷은 필수입니다.

찾아가는 법 (상세): JR 센다이역에서 아키타 신칸센 '코마치'를 타면 약 1시간 15분 만에 다자와코역에 도착합니다. 역에서 내려 마을 셔틀을 타면 바로 예술의 세계로 입장하게 됩니다.

여러종류의 수제맥주를 만들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2021년도 일본 최고맥주로 뽑힌적이 있다고 매니저가 자랑스워했음

 


역사의 진실을 지키는 파수꾼, 차타니 쥬로쿠 선생님

이 아름다운 예술마을의 한 축에는 역사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은 위대한 개인이 계십니다. 전 와라비자 민족예술연구소 소장이셨던 차타니 쥬로쿠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은 평화와 평등을 지향하는 와라비자의 정신을 역사 규명으로 확장하신 분입니다. 아키타현 조선인 강제연행 진상조사단 대표로서, 잊혀가던 요시노 광산의 우리 조상들의 발자취를 찾아 평생을 헌신하셨습니다.

제가 선생님과 함께 험한 산길을 오르며 아키타내 위령비를 찾던 그 뜨거웠던 시간들이 기억납니다. 일본의 양심을 상징하는 선생님께서 2022년 7월 대한민국 장관 표창을 받으셨을 때, 추천인으로서 느꼈던 그 보람은 제 인생의 큰 자부심입니다. 와라비자의 공연이 감동적인 이유는, 아마도 차타니 선생님 같은 분들의 진실된 삶이 그 마을의 토양에 녹아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차타니 선생 자료실과 아키타현 내 광산 및 발전소내 조선인 강제동원 명단 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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