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여행 맛집이나 화려한 풍경 대신, 제가 센다이에서 근무했던 동안 가슴 깊이 담아두었던 특별한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일본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센다이와 그 주변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그 근처 이시노마키라는 항구 도시에는 우리 한국인이 잊지 말아야 할, 그러나 일본인들조차 잊어가고 있는 한 변호사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조선을 사랑했던 변호사, 후세 다츠지
혹시 후세 다츠지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일제강점기, 일본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억압받던 조선인들의 편에 서서 치열하게 싸웠던 인권 변호사입니다.
그는 2.8 독립 선언 주도 유학생들을 변호했고, 영화 [박열]의 주인공인 독립운동가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변론을 맡아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관동대지진 학살 사건 때는 일본 정부를 비판하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기도 했죠.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그는 일본인 최초로 대한민국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받았습니다. 우리 정부가 일본인에게 준 최초이자 마지막 훈장입니다.

오해와 진실, 그리고 아이러니
사실 후세 다츠지는 당시 도쿄에서 꽤 성공한 변호사였습니다. 부자들에게 받은 수임료로 유복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 돈을 자금줄 삼아 힘없는 약자들을 위해 무료 변론을 자처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일본 내에서 그는 크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 그가 잠시 공산당에 몸담았다는 이력 때문입니다. 말년의 그는 정치보다 오로지 인권과 약자를 위해 헌신했지만, 일본의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는 그를 외면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그의 고향 이시노마키에서 그를 기리는 모임을 주도하는 것은 일본 공산당(JCP) 지역 의원들과 지부입니다. 현재 일본 공산당은 한국 정부의 대일 정책을 지지하고 자민당의 우경화를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세력이기도 하죠. 정치적 색깔을 떠나, 자국의 주류가 외면한 정의를 기억하려는 그들의 모습에서 저는 묘한 울림을 느꼈습니다.


9월 13일의 약속, 그리고 현창비
저는 센다이에 머무는 동안, 매년 그의 기일인 9월 13일이면 이시노마키 아케보노야마 공원에 있는 현창비를 찾았습니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미우라 카즈토시 의원을 비롯한 현창회 사람들은 항상 그곳에 있었습니다. 화려한 행사는 아니었지만, 소박하게 꽃을 바치고 묵념하는 그 자리에 한국인인 제가 함께할 때마다 그들은 진심으로 반가워하고 고마워했습니다.



잊지 않고 찾아가고 싶은 분들을 위해
화려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센다이 여행 중 하루쯤은 그에게 국화 한 송이를 바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1. 후세 다츠지 현창비 (추모의 장소)
- 위치: 이시노마키시 아케보노야마 공원 (Miyagi, Ishinomaki, Kadonowaki, Akeyama)
- 가는 법: 센다이역에서 JR 센세키선 탑승 -> 이시노마키역 하차 -> 택시로 이동 (약 15분)
- 택시 기사님께: "布施辰治顕彰碑(曙山公園)までお願いします (후세 다츠지 겐쇼히, 아케보노야마 코엔 마데 오네가이시마스)"
2. 후세 다츠지 자료 전시 (이시노마키시 박물관) 2011년 대지진 당시 쓰나미를 견뎌낸 귀한 자료들이 2021년 개관한 새로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 위치: 마루혼 마키아트 테라스(Maruhon Makiart Terrace) 2층 이시노마키시 박물관
- 주소: Miyagi, Ishinomaki, Kaisei, 1-8
- 상설 전시실: 역사 전시 코너에 후세 다츠지 변호사를 소개하는 공간이 작게나마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의 생애와 업적, 그리고 남긴 유품 일부를 볼 수 있습니다.
- 기획 전시: 매년 9월 추모 기간 등 특정 시기에는 '후세 다츠지와 이시노마키' 같은 주제로 특별 기획전이 열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2024년 9월에도 특별전이 열렸습니다.)
"살아야 한다면 민중과 함께, 죽어야 한다면 민중을 위해"
국적을 넘어 정의를 실천했던 그의 삶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남깁니다. 9월에 센다이를 가신다면, 꼭 한번 들러주시길 바랍니다.
#후세다츠지 #이시노마키 #역사여행 #센다이여행 #다크투어리즘 #한일교류 #일본인독립운동가 #박열 #건국훈장 #의미있는여행 #미야기현 #Ted블로그
후세 다츠지 소개 참고 영상
후세 다츠지 변호사의 삶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영화와 같습니다. 다행히도 그의 생애를 다룬 작품이 제작되어 있습니다. 다만, 상업 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 형식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1.영화 "변호사 후세 다츠지" (2010년 작)
https://www.youtube.com/watch?v=peYqR3dYMVc
- 영화 제목: 변호사 후세 다츠지 (일본어 원제: 弁護士 布施辰治)
- 감독: 이케야 다야스히토
- 특징: 이 영화는 앞서 말씀드린 현창회와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들이 제작 위원회를 만들어 십시일반으로 제작비를 모아 만들었습니다. 일본 최고 권위의 영화상 중 하나인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에서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2. 유튜브 영상 (강력 추천)
추천 영상 1: EBS 지식채널e - 변호사 후세 다츠지https://www.youtube.com/watch?v=cHZCZUTjgUY
- 짧지만 강렬합니다. 5분 내외의 영상으로 그의 삶을 아주 감동적으로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배경음악과 내레이션이 어우러져 눈시울이 붉어질 수 있습니다.
- 유튜브 검색어: 지식채널e 후세 다츠지
추천 영상 2: KBS 역사스페셜 https://www.youtube.com/watch?v=1GfQKA8TCYw
- KBS 등 공영방송에서 광복절 특집 등으로 다룬 영상들이 있습니다. 영화보다 더 상세하게 당시의 시대상과 그의 활약상을 한국어 해설로 들을 수 있어 이해가 빠릅니다.
- 유튜브 검색어: 후세 다츠지 다큐 또는 일본인 독립운동가 후세 다츠지
후세 다츠지는 살아야 한다면 민중과 함께, 죽어야 한다면 민중을 위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국적을 뛰어넘어 정의와 양심을 지켰던 그의 삶은 오늘날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9월, 센다이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그에게 국화 한 송이 바치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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